#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 #최유수 #청춘문고
#책 #리뷰 #후기 #독후감 #주관적 #아주 약간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
나중에 찾아보니 표지가 여러 버전이 있었다. 다 맘에 들어서 뭐든 상관 없었겠지만 내가 구매한건 요 디자인.
실물은 더 형광빛이 도는데 리소 프린트 느낌 낭낭한 컬러라 좋음!
첫 독후감에 앞선 잡담.
퇴사와 졸업을 동시에 겪고 날백수가 된 후로 독서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돌이켜보니 대학교를 다니는 내내 책을 안 읽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책을 읽더라도 목적은 대개 '높은 학점'을 위한 독서였기에 딱히 머리나 마음엔 남은 게 없었다. 당장 책을 읽어보자! 다짐했지만 사실 맘먹고 2개월을 놀기만 했다.
그러다 읽고 싶은 책이 생겨 도서관에 가려고 맘을 먹었더니 코로나 사태로 공공 도서관들이 모두 휴관을 하게 되었다. 아니 그동안 운영 잘하더니..! 책을 읽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가? 그럴 리가 없음에도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휴관 안내 문자가 왔을 때 정말 어이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ㅋㅋ. 결국 차선책으로 들른 중고서점 알라딘에서 세 권의 책을 골라왔다. 그나마 읽을 때 졸려 하지 않는 미술사와 관련된 책 하나, 그리고 전공 계발을 위한 2020트렌드 북, 마지막으로 예정에도 없었으나 구매한 책이 바로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이다.
구매한 이유는 사실 별거 없다 크기가 작고, 분량이 적고, 펼쳤을 때 읽은 내용들이 전부 공감 갔기 때문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읽다 보면 위로도 되고 외로움이 사무치기도 하고 비밀친구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가도, 인파 속에 섞여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처럼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쓰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아 나 읽으면서 알쏭달쏭 한 기분이었나 보다..'ㅋㅋ
내용은 작가 본인이 느꼈던 감정/생각/경험들을 잘 다듬어 글로 내놓은 것 같은데. 표현력이 남다르다. 읽다 보면 아 이게 '작가'구나 싶달까. 내용만 두고 보면 분명 너도 나도 한 번쯤은 생각했고 겪어봤을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잘 가꾸어서 종이에 심어놨다. 이런저런 비유가 있겠지만 생각이 '꽃'이라면 그 꽃을 보기 좋게 다듬고 모아주는 유능한 '플로리스트' 일듯.
사실 책을 다 읽은 지 조금 되어서 내용을 대부분 까먹었을 줄 알았다. 근데 독후감을 쓰며 돌이켜보니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은 이미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있었다는 걸 느낀다. 사진에 첨부한 문장이 바로 제일 감명 깊었다는 그 내용! 나는 저 대목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100% 완벽한 소통은 없다'라고 이해했고, 때문에 요즘 나는 다른 사람이랑 대화할 때 조금 더 신중하려 노력한다.
물론 그게 생각처럼 잘 될 리는 없다ㅋㅋ 만에 하나 작가님이 내 해석를 읽으시고는 '아 그런 뜻으로 쓴 내용이 아니였는데..' 하실수도 있지 않은가. 그치만 결국 소통이란 추측과 왜곡이 난무하는 현상일 뿐이니까요..헿
그리고 궁금하다. 만약 사람사이의 소통의 최대치를 70%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나머지 30%를 무엇으로 극복하고 있으려나? 작가가 말했던 공백처럼, 띄어쓰기처럼 그냥 비워두는 빈칸 같은 부분이려나?
정확하다. 적확하다.
책을 읽으며 맘에 드는 문장엔 형광펜을 그어 두었다. 모르는 단어에는 동그라미를 치고 단어의 뜻을 찾아 페이지 구석에 설명도 적었다. 아직은 이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하고 어설프기만 한데, '다독을 하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책 읽는 습관이 생기겠지?' 라는 생각에 달리기의 출발선에 서 있는 것 처럼 두근두근거렸다.
그렇게 동그라미를 그리는데 내 눈에 들어온 단어가 있었다. '적확하다'. 그리고 나는 단어를 보자마자 확신했다 '아.. 이 책 아무래도 작은 출판사에서 만들다 보니 오타 검수가 덜 되었구나.'
하지만 확신을 해놓고도 검색을 해야 할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적확하다'는 따로 있는 단어였다.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나의 무지함이나... 무지함을 뛰어넘어서 너무 당연히 틀렸다고 확신한 그..... 자만....? 이 너무 쪽팔렸다.. 뭐 몰래 훔쳐먹다가 남들한테 들킨 것 마냥 후폭풍이 잠시 왔던 것 같다 ㅋㅋ
결국 검색을 통해 들어갔던 블로그에서 본 한마디를 단어의 뜻과 같이 적어 두는 걸로 '적확하다' 해프닝은 마무리되었다.
"세상에서 나만 모르던 걸 비웃듯 떡하니 있었다."
아 그리고 주제가 '사랑'인 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아 그냥 넘겼다. 다른 내용들이 그랬듯 경험에 기반한 사랑 얘기였는데, 나는 과하게 가공되고 보정된 사랑 콘텐츠를 좋아해서 안 맞았던 듯. 좀 아쉽지만 덕분에 나도 내 취향을 디테일하게 알게 됨!
총평: 전반적 으로 나랑 잘 맞았던 책.
책테기가 오거나 뭐든 읽고 싶은데 두껍고 무거운 책들이 손에 잡히지 않을때 읽어보면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