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1화 #2화 #리뷰
#Drama #It's Ok To Be Not Ok #Review
#주관적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강태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문영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사랑에 관한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
탄탄한 배우진.
김수현은 동화 같은 시나리오랑 잘 어울리는 거 같다. 보자마자 떠오른 건 '별 그대'였고 '해품달'도 사극에 판타지가 가미됐던 것이 떠올랐다. 서예지는 전작으로 ‘구해줘’를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멜랑꼴리하고 음습한 캐릭터가 더 극대화된 느낌이었다. 이래서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중요한가 보다. 근데 데뷔작인 ‘감자별’이랑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캐릭터긴 함 ㅋㅋ
새삼 찾은 둘의 공통점은 유명세에 비해 다작을 한 배우가 아니라는 점? (필모 중에 특정 작품이 엄청 잘 된 편) 그런 배우로서의 특징이 신비로운 콘셉트를 가진 드라마랑 좋은 조합을 내지 않았을까 나름의 분석도 해보았다 ㅋㅋ
그리고 신 스틸러인 오정세. 자폐가 있는 형 캐릭터를 맡았다. 콘텐츠 속에서 장애를 어떻게 소비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일단 이와 별개로 연기를 정말 잘 했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되게 인상 깊게 봤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전작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대단해 이런 걸 보고 카멜레온 같은 배우라고 하는 게 아닐까.
여기에 박규영까지 포함한 네 명의 주연의 케미가 너무 좋다. 박규영은 동글동글하게 생겨서는 말투까지 나긋나긋한 간호사 캐릭터를 맡았는데. (사람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흰색이 많이 섞인 파스텔톤 같은 캐릭터임) 이 씬을 보고 나중에 뭔가 하나 크게 터트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박규영의 성격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씬 같음.
‘동화’는 이 드라마의 주축이 되는 소재이다. 그도 그럴게 여주가 유명 동화책 작가이다. 근데 재밌는건 '동화'가 단순 소재에서 그치지 않고 의미가 확대 되어 미술과 편집까지 동화스럽게 연출되었다는 거다. 이런 디테일에 나는 완전히 매료됐다.
독특한 구조와 장판를 가진 김수현네집도, 존재 자체가 동화속 마녀같은 서예지도,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회에 가는 오정세의 발걸음도, 벼랑위의 포뇨속 요양원이 떠오르는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박규영도. 전부 '동화’라는 소재로 한데 묶이는 느낌을 받는다.
그치만 '동화'라는 소재를 마구마구 써먹고도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계속해서 현실에 머무른다. 미술적 아이덴티티에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하는 '호텔 델루나'는 완전 판타지라 취향 바깥이였는데,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결국 현실을 다뤘다는 점이 내 취향을 저격했던 것 같다. 그 '동화' 라는 소재도 우리가 알던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재질이 아니라 팀버튼의 작품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나 ‘유령신부’를 떠오르게 한다는게.. 너무 최고됨.
위에서 말한 복잡한 패턴의 장판과 구조를 가진 강태네집.
그리고 역시 독특한 벽지. 조연들 코디까지 톤앤매너 잘 맞는것 좀 봐... ㅎr 굿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한 괜찮은 정신병원.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요..ㅠㅠㅋㅋㅋㅋ)
문영과 강태의 첫 만남씬. '첫'에 걸맞는 봄꽃의 대명사 '벚꽃'이 등장한다. 근데 그 벚꽃이 누가 봐도 가짜고.. 부담스럽게 만개해 있으며, 꽃잎이 비상식적일 정도로 많이 흩날린다. 혼자 튀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이 뽀얀 보정까지 잔뜩 되어있는 그야말로 '인공적인' 씬.
원더랜드 소품도 '동화'라는 소재를 다시한번 상기 시켜주는 좋은 디테일.
'제 4의 벽'을 떠올리게 한 연출.
드라마는 계속해서 물어본다. '그래서 정상은 뭐고 비정상은 뭔데?'
이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에서 답습해오던 남성상과 여성상이 완전히 반전됐다. (집착광공 고 스펙 여주/가진 것 없고 감정적으로 방어적인 남주) 나에게는 그런 신선함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는데, 거꾸로 실시간 반응에서 ‘페미 드라마’ 라는 댓글이 올라오는걸 목격했다.
그런 느낌을 받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젠더뿐만이 아닌 기존 드라마가 가지고 있던 여러 고정관념들을 탈피했다고 본다. 공주가 아닌 마녀가 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대사나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을 택한 제작진의 선택도 모두 '보편적이고 적당한, 정상적인' 범주 외의 선택들 아닌가?
그동안 신선한 드라마 만들겠답시고 깔짝깔짝 대던 기존 드라마랑은 달리 과감한 요소들을 맨 앞에 배치해뒀음에도, 가장 재밌는 건 결국 그 신선한 캐릭터들이 로맨스 드라마의 클리셰들을 반복한다던가 '결국 드라마'라는 한계점에 부딪히는 걸 쉽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정상이고, 이건 비정상이야' 라는 답을 내놓는게 아니라 생각을 확장 시켜주는데서 그치는 작품인 것 같고. 나는 이게 정상의 범주를 다루는 작품이 가져야 할 가장 옳은 방향성이라고 본다.
사담
나는 완벽한 넷플릭스 형 인간이라, 완결이 나지 않은 시리즈물 보는 것을 힘들어한다 ㅠ 드라마 하면 정주행 아니겠냐고. 신나게 리뷰를 하다 보니 느낀 건데 나는 시각적인 요소에 되게 큰 점수를 주고, 대중성과는 동떨어진 작품에도 매력을 종종 느끼는 것 같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덕분에 드라마를 차근 차근 보는 경험도 해본다.
무엇보다 요새 나는 공산품에 질린 상태였다. 맨날 똑같은 모양의 보석만 보다가 오래간만에 누군가 성심을 기울여 독특하게 세공해놓은 보석을 들여다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언젠간 공중파에서도 이정도로 과감한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음 좋겠다. (약간 홍대병 말기 같기도 함..)